연합뉴스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처럼 규제해 과세할지 논의가 본격화해 주목된다. 여기서 나아가 과세 적용 시 담배와 세율에 차등을 둘지도 관심사다.
8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오는 10일 오후 2시 회의를 열고 '담배사업법 개정안' 등에 관한 논의를 이어간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공청회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로, 공청회에서 제기된 찬반 의견 등 쟁점을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잎→줄기·뿌리+니코틴도 '담배로 정의', 규제·과세
현재 국회에 계류된 14개 담배사업법 개정안 중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안은 10개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 모두 이른바 전자담배 규제 법안을 낸 상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만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한정한 부분을, '연초의 전부(뿌리와 줄기 등 포함) 및 니코틴'을 원료로 한 것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연초 잎을 원료로 만들어진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해당해 법적 규제를 받는 반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아 초중고 인근에 판매시설이 들어서는 등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더불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 혹은 연초에서 나오는 천연니코틴이 아닌 합성니코틴을 사용해 제작하는 유사담배가 유통되고 있다"며 "유사담배는 담배만큼이나 중독성이 있고,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에 따른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담배의 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범위로 들어오게 되면, 현행 기준상 개별소비세 부과대상이 되며, 경고그림과 문구 표기 등의 관리 규제도 받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엄밀히는 합성니코틴이 아닌데도 합성니코틴으로 조작해 유통하는 업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부분 2016년 9월 기재부로부터 연초 '줄기·뿌리'에서 추출된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은 이후에는 연초 잎에서 추출된 니코틴을 연초 줄기·뿌리에서 추출된 니코틴인 것처럼 조작해 국내에 유통해 왔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또 "조작으로 인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2021년 1월부터 잎과 줄기 및 뿌리를 구분하지 않고 연초에서 추출된 모든 니코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 업체들은 다시 연초에서 추출된 니코틴을 이제는 담배가 아닌 합성니코틴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 외에도, 거짓 합성니코틴 제품의 단속을 용이하게 하고 기재부 장관이 법령 위반 실태와 불법 전자담배의 탈세 및 단속 결과 등을 포함한 통합정보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해 매년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신설 조항도 개정안에 담았다.
"합성니코틴 연초만큼 유해" 복지부 용역, 기재부도 수용?
연합뉴스앞서 21대 국회에서도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천연니코틴을 활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와 유사하게 중독성을 갖지만 지방세와 개별소비세 등이 전혀 부과되지 않아 담배 정의에 포함시켜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검토가 이뤄졌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엔 합성니코틴으로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담배 정의를 확대해 규제하면 전자담배 가격이 상승하고 소매점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에 비해 덜 유해하며 금연보조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효한 고려 사항이었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 들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 용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합성니코틴 유해물질 잔류량이 연초보다 적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유해성 관련 중론이 뒤집힌 게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각 원액의 제품 설명과 판매·판촉 과정에서 활용되는 '무담배'나 '순수' 물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므로, 향후 오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 사용은 배격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국외 액상 전자담배 관리 방법과 같이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을 구별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냈다.
이에 그간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기재부도 "복지부 중간 용역 결과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검출됐고 외국사례 등을 고려시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담배 정의에서 전자담배만을 구분해 규제할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기재위에 전달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말 알려지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다만 기재부가 입장을 선회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라 기재부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난 12월 공청회 때 만만치 않게 제기된 반대 의견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합성니코틴 제조·유통단체인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복지부 용역 수행 기관의 공신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 각 당 의원들이 모두 규제 의견을 낸 만큼 이번 22대 국회 중 법안 개정은 이뤄질 수 있지만, '3년 유예' 등의 단서조항으로 시간을 번 뒤 추후 추가 개정으로 결국 규제가 유야무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입조처 "규제 및 과세하고 '세율' 논해야"
한편 이번 논의를 앞두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일 '전자담배 규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현재까지 연구 결과 전자담배는 인체에 유해해 합성니코틴도 예방적 규제 및 과세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 주목된다.
입조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전자담배 사용이 궐련담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궐련담배의 대체재로 사용될 가능성 모두를 고려해 세율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입조처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구체적인 세율 결정과 관련해선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다.
우선 전자담배 세율을 높게 설정해 전자담배를 새로 시작하지 않도록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쪽인데,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 등 일부 주(州)가 채택한 방식이다. 이 경우 전자담배는 궐련담배와 유사한 세율로 과세한다.
반면 영국과 미국 코네티컷 등은 전자담배가 궐련담배보다 상대적으로 덜 유해하다고 보고, 전자담배 세율을 낮게 설정해 궐련담배 사용자들이 전자담배로 바꾸도록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조처는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전자담배의 세율 결정 시에는 두 가지 접근방식 중에서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함께 담배별 유해정도의 과학적 근거, 흡연율 억제효과, 궐련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효과, 시장충격에 따른 업계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관련 요인을 모두 고려하기 힘든 경우에는 보수적 관점에서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세율을 선택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